신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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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학
- 형법총론강의 (제3판)
- 저자김태명
- 출간일2024-03-31
- 정가30000원
- 페이지558면
- 판형46배판/반양장
- ISBN979-11-6858-221-7 (93360)
저자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시행된 이래 미래에 법조인이 될 학생들을 교육해 왔지만,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형사법을 전공한 전형적인 이론 교수이다. 저자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법학(형사법)을 공부할 때에만 하더라도 교과서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논문조차도 그 내용은 일본이나 독일에서 수입한 이론이나 학설 일색이었다. 누군가 교과서나 논문에서―대부분 일본이나 독일에서 수입한 것이었지만―새로운 학설이나 이론을 소개․주장하면 뒤지지 않기 위해 앞다투어 책이나 논문을 구해서 읽고 그 내용을 강의, 논문작성, 출제 등에 반영하기에 급급하였다.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 저자는 이러한 것들을 꽤나 괜찮은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리고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고 난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이러한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을 교육이념으로 하는 로스쿨 제도가 도입․시행된 이상 기존의 연구와 교육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고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현실적인 과제 앞에서는 별달리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저자보다 높은 연배의 교수들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고 스스로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하는 것이 그나마 무난하다는 생각에 젖어 몇 년을 큰 변화 없이 보냈다.
이러한 저자의 안이한 생각과 자세에 처음으로 충격을 던져 준 것이 바로 로스쿨 제도 시행 다음 해인 2010년과 2011년에 법무부가 실시한 모의고사 사례형 문제였다. 사례형 문제의 사실관계에는 “주취 상태에서 자동차 안에서 여러 가지 장치를 이것저것 조작하다 핸드브레이크가 풀려 자동차가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전봇대를 들이받고 멈추어 서거나”, “교회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한 후 부주의하게 차 문을 열고 내리다가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차 문을 들이받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사람이 상해를 입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자는 위의 사실관계에 대해 어떤 죄가 성립가능한지 그리고 그 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어떠한 법리가 적용되는지를 몰랐다. 고작해야 선택형 문제의 지문으로 나오는 두세 줄 정도의 판결요지만 알고 있었고 그것이 어떤 죄와 관련되어 있는지 그리고 사실관계는 어떠한지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저자는 법무부 모의고사 문제를 보고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휩싸였고, 그 이후부터 로스쿨에서 형사법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가르쳐야 할 내용과 방법을 강의자료에 담아내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자에게는 법무부 모의고사 문제도 충격적이었지만, 다른 교수들이 보인 반응 또한 충격적이었다. “그런 것은 실무과목에서 가르치거나 변호사가 되어서 알면 될 것을 로스쿨 시험문제로 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대부분 형사법 교수들이 보인 반응이었다. 이런 반응을 보인 교수들은 아직도 “로스쿨 제도 시행 이전부터 축적된 이론․학설을 가르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고, 학생들에게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이론․학설을 정리하여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다. 어떤 교수들은 법령과 판례를 중심으로 출제되는 변호사시험이나 법전원 협의회 모의시험의 경향을 개탄하면서, 자기 스스로 제대로 된 답안을 쓸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난해하고 복잡한 이론․학설 문제를 출제해 놓고는, 법령과 판례만 공부하고 이론․학설은 공부하지 않는 세태에 경종을 울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법학은 엄연히 법현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과학이다. 법학이 대상으로 하는 법현실이라고 함은 실정법 조문, 그것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면서 발생한 논란 그리고 그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법원이 제시한 법리이다. 따라서 법조문-법리-사실관계로 엮어진 법현실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연구나 교육은 사회과학으로서의 법학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리고 법조문이나 판례를 나열식으로 소개․설명해서는 제대로 된 법학 연구와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법학은 엄연히 학문이므로, 법학의 연구와 교육은 법현실을 체계적․비판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해져야 한다. 로스쿨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나 지났지만 지금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연구와 교육을 해 가는 교수들이 적지 않다. 어떤 방향으로든 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의 교육내용과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는 교수보다는, 여전히 기존 교과서를 설명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거나 겉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판례를 하나라도 빠뜨릴까 노심초사하면서 정리하여 설명하는 것을 최선이라 여기는 교수들이 더 많아 보인다. 로스쿨 제도가 시행된 후 출간된 교재의 대부분은 기존의 서술방식과 내용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학원교재로나 쓸 법한 교재들도 적지 않다.
본서는 사회과학으로서의 법학이 마땅히 그 대상으로 해야 하는 법조문과 법리를 체계적․비판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기존 교과서나 수험서의 서술방식이나 내용을 과감히 탈피하고 로스쿨의 교육이념에 맞게 우리나라 형법의 현실을 체계적․비판적으로 설명하려고 저자 나름대로 애를 썼다. 교육이나 출제에 여전히 기존 교과서를 활용하는 경향과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등 국가시험을 준비하는 데 적합한 내용과 방식으로 쓰인 수험서에 의존하는 경향 때문에, 본서는 그다지 큰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의 책을 찾는 분이나 본서를 읽고 저자에게 연락하여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아무쪼록 구태를 벗어나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나름대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 애쓰는 법률가들에게 본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4. 3.
저자 씀